전반 4분 인도 풀백 레너디가 부상으로 빠진 이후 선발 라인컵 l 한국 vs 인도

[피치액션 l 런던(영국) 안경남] 사실 승리 보다 다득점이 우선이었기에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한국은 경기 시작 10분 만에 2골을 몰아치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지만 출전 정지에서 돌아온 곽태휘가 또 다시 상대팀에게 페널티 킥을 선사하며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다득점은 물론 경고 트러블에 걸린 선수들의 관리, 벤치 멤버들의 다양한 기용 등 애당초 얻어야 할 것이 너무 많은 경기였다. 그 때문에 조금은 조급한 경기가 됐고 그로인해 경기를 템포를 꾸준히 유지하지 못했다. 구자철의 3경기 연속골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반대로 한국은 3차례 조별예선에서 지나치게 구자철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조건 반길만한 일은 아니다.

선발 라인업 l 이정수 휴식, 곽태휘 컴백
한국은 변함없이 4-2-3-1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선발 명단에도 큰 변화는 없었다. 8강전을 위해 카드 관리에 들어간 이정수 대신 바레인전에서 퇴장 당했던 곽태휘가 돌아온 것을 제외하곤 지난 호주전과 똑같았다.

인도는 4-4-2 포메이션을 사용했다.(아시안컵 최약체로 평가받고 있는 인도의 전력을 감안하면 상당히 공격적인 전술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인도는 4-4-2의 공격적인 측면보다는 전방에서 6명(투톱을 포함해)이 압박을 가할 수 있는 4-4-2의 수비적인 측면을 활용하려는 듯 했다. 선발 명단의 경우 바레인전에 나섰던 베스트11이 그대로 가동됐다. 한국도 그렇지만 인도 역시 3번의 조별예선에서 선발 라인업에 변화를 거의 주지 않았다.

전반전 l 고공 폭격과 페널티메이커
전반 1분 공격 가담에 나선 이용래의 중거리 슛으로 포문을 연 한국은 4분 뒤 지동원이 헤딩골을 성공시키며 일찌감치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인도는 1분 전 왼쪽 풀백 레너디가 부상으로 교체되자마자 실점을 허용했다. 공교롭게도 이청용이 인도의 왼쪽을 돌파한 뒤 크로스를 올렸고 이것이 골키퍼의 펀칭을 거쳐 지동원의 골로 연결됐다. 상승세를 탄 한국은 3분 뒤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상대 박스 안에서 지동원이 헤딩으로 볼을 연결했고 구자철이 골키퍼를 제친 뒤 팀의 2번째 골이자 개인 통산 4호 골을 터트렸다.

이처럼 한국은 경기 초반 의도적으로 측면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자주 시도하며 공중볼 싸움을 유도했다. 조광래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이에 대해 "인도가 앞선 경기들에서 측면 크로스에 의한 실점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집중적으로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이날 한국은 무려 53개의 크로스를 시도했다. 바레인전(23개)과 호주전(26개)을 합친 것보다 많은 숫자다.

특히 앞선 두 경기에서 중앙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자주 보였던 이청용은 평소보다 넓게 포진하며 크로스를 자주 시도했다. 중앙으로 이동할 때 차두리에게 공간을 열어줬고 그렇지 않을 때는 직접 측면을 돌파했다. 그 결과 바레인전(1개), 호주전(3개)에 총 4개에 그쳤던 크로스가 13개로 눈에 띄게 늘어났다. 이는 이영표(16개)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기록이다.

그러나 잘 나가던 경기 흐름은 전반 10분 페널티 킥 선언과 함께 끊어지고 말았다. 불행히도 그 주인공은 바레인전에서 퇴장을 당했던 곽태휘였고 그는 2경기에서 2번의 페널티 킥을 허용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어쨌든 한국은 대량 득점으로 향하던 흐름이 끊어지며 이후 골을 넣은데 애를 먹었다. 경기 초반 수비라인을 끌어 올리며 압박을 시도하던 인도가 포백을 내리고 간격을 좁히며 한국의 측면 돌파와 크로스에 대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전반 22분 지동원의 추가골이 터졌다. 구자철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볼을 키핑 한 뒤 인도의 밀집 수비를 무너트리는 킬 패스를 통해 지동원에게 노마크 찬스를 제공했고, 지동원이 깔끔한 칩샷으로 인도의 골망을 흔들었다. 구자철의 창의력이 돋보인 장면이었다. 인도 수비진을 유인한 뒤 오프사이드 트랩을 절묘하게 깨트렸다.(구자철은 후반에도 이와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는데, 이번에는 왼발로 인도 수비망을 뚫고 손흥민의 A매치 데뷔골을 이끌었다)

후반 45-75분 l 손흥민과 최효진 투입 이후, 구자철이 후방으로 내려와 기성용의 자리를 대신함

후반전
l 구자철이 있을 때와 없을 때

조광래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경고 트러블에 걸린 기성용과 차두리를 빼고 손흥민과 최효진을 투입했다. 손흥민이 좌측 미드필더(혹은 윙어)에 배치됐고 박지성으로 중앙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구자철은 중원으로 내려와 기성용의 자리를 메웠다. 그리고 최효진은 차두리를 대신했다. 손흥민과 최효진이 투입되며 한국은 더욱 측면지향적인 공격을 전개했다. 손흥민은 좌측에서 중앙으로 파고들었고 최효진은 차두리 보다 더 높은 위치까지 전진했다. 그리고 좌측의 이영표도 오버래핑의 횟수를 더욱 늘렸다.

그러나 추가골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손흥민의 돌파는 위협적이었지만 섬세함이 부족했고 최효진의 오버래핑도 마무리까지 연결되지 못했다. 후반 60분 박지성의 슈팅이 굴절되며 손흥민에게 결정적인 찬스가 찾아왔으나 인도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고 3분 뒤 이청용의 크로스에 이은 손흥민의 왼발 슈팅은 골대와 상대 수비수를 연달아 맞고 아웃됐다.

사실 운도 따르지 않았지만 전반과 비교해 가장 큰 차이는 문전에서의 창의력 부족했다는 점이다. 지나치게 측면 돌파를 고집하다보니 상대에게 준비할 시간을 제공했고 박스 안에서 선수들 간에 동선이 겹치며 득점에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김호 前감독이 일간스포츠를 통해 "고집스럽게 밀어붙인 측면 공격은 답답했다. 인도 수비가 미리 읽고 대비해 번번이 막혔다. 지동원의 경우 다른 선수와 자주 동선이 겹쳤다"고 밝힌 것과 같은 맥락이다.

후반 76분-90분 l 윤빛가람 투입 이후 구자철이 다시 공격형MF 자리로 올라감

흥미로운 사실은 박지성이 빠지고 윤빛가람이 투입된 후반 75분 이후 추가골이 터졌다는 점이다. 조광래 감독은 박지성을 빼고 윤빛가람을 투입한 뒤 다시 구자철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전진시켰다. 그리고 윤빛가람을 기성용의 자리에 배치했다. 단순히 박지성에게 휴식을 부여하기 위한 교체일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구자철이 다시 올라가고 나서야 한국은 비로소 인도의 밀집 수비를 뚫을 수 있었다.(앞서 언급했듯이 손흥민이 구자철의 패스를 받아 강력한 왼발 슈팅을 성공했다)


갈무리 l 조별예선 3실점, 3번의 실책
경기 막판 한국은 구자철의 슈팅이 크로스바를 강타하고 윤빛가람의 쇄도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며 아쉽게 조1위에 오르는데 실패했다. 아니 오히려 후반 87분 코너킥 상황에서 실점 위기를 넘긴 것이 다행이기도 했다.(한국은 제공권이 약한 인도에게 너무 쉽게 헤딩을 허용했고 그 과정에서 곽태휘는 인도의 11번을 완벽하게 놓쳤다)

이제 한국의 다음 상대는 '천적' 이란이다. 그리고 이란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감독은 한국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압신 고트비다. 물론 이것은 한국에게 단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역으로 고트비의 허를 찌를 수 있는 깜짝 카드를 선보인다면 말이다. 그러나 한국의 조별예선 3경기를 지켜봤을 때 이란전에서 깜짝 카드가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갑작스런 변화는 곧 패배의 원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비교적 준수한 성적으로 조별예선을 통과했다. 그러나 완벽한 모습은 아니었다. 공격의 경우 구자철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았고 수비에선 모두 실책성 플레이로 실점을 허용했다. 두 번의 페널키 킥과 정성룡의 골키퍼의 실수가 바로 그것이다. 이 밖에도 차두리의 오버래핑시 그 뒷공간을 메우는 수비형 미드필더의 움직임도 미흡했으며 세트피스에 의한 득점 부재도 해결해야할 문제다. 이란전에서 더 완벽해진 한국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