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신 고트비 이란 감독

[피치액션 l 런던(영국) 안경남] 또 이란이다. 마치 운명의 장난처럼 한국은 5회 연속 이란과 아시안컵 8강전을 치르게 됐다. 한국에게 이란전이 까다롭게 느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역대 전적 뿐 아니라 이란의 지휘봉을 잡고 있는 '지한파' 압신 고트비 감독 때문이다. 그는 과거 한국 대표팀 기술 분석관을 지냈으며 핌 베어벡 시절에는 코치로 활동하기도 했다. 실제로 고트비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한국 선수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다"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조광래 감독은 "우리는 변화하고 있다"며 고트비 감독이 알고 있는 한국 정보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누구의 말이 맞을까? 이제 몇 시간 후면 그 정답을 알 수 있다.

선발 라인업 l 로테이션?
선발 라인업에 변화가 거의 없었던 한국과 달리 이란은 조별예선 3경기 베스트11이 모두 달랐다. 승패와 큰 상관이 없었던 마지막 UAE전을 제외하더라도 이란은 1차전:이라크와 2차전:북한에 나선 베스트11이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고트비 감독이 로테이션을 사용하는 것일까? 아니면 상대에 따라 맞춤형 전술을 선보인 것일까? 그렇다면 한국전에 나설 이란의 베스트11은 누구일까?

물론 완벽한 로테이션은 아니었다. 최전방과 미드필더진의 경우 선수 변화가 잦았지만(6.네쿠남을 제외하고) 포백과 골키퍼의 윤곽은 확실했다. 일단 고트비 감독이 아시아 최고의 골키퍼라 자랑했던 1.라흐마티가 골문을 지킬 것으로 예상되며(UAE전에 결장하며 휴식을 취했다) 포백은 이변이 없는 한 20.노스라티, 5.아길리, 4.호세이니, 11.하지사피가 나설 전망이다. 이들은 1차전과 2차전 모두 선발 출전했다.(지난 해 9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평가전에서도 이들 4명이 나선 바 있다)

미드필더진은 다소 복잡하다. 6.네쿠남의 출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제는 나머지인데, 6.네쿠남과 함께 1, 2차전 모두 선발 출전한 23.모발리가 한 자리를 꿰찰 것으로 예상되며 개인적으로는 UAE전을 풀타임 소화한 14.테이무리안 보다는 북한전에 선발 출전했던 18.누리(북한전에서 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가 6.네쿠남, 23.모발리와 함께 중앙에서 호흡을 맞출 것으로 생각된다.(고트비 감독은 북한전에서 경고를 받은 18.누리를 UAE전에서 제외했다. 한국전을 고려한 것이 아닐까?) 물론 18.누리와 14.테이무리안이 동시에 출전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을 상대로 중원을 두텁게 구성할 경우 8.쇼자에이 혹은 7.레자에이 중 한 명이 벤치로 내려가고 14.테이무리안이 중앙에, 18.누리가 왼쪽에 배치될 수도 있다.

최전방 원톱은 2파전이다. 19.골라미가 이라크와 UAE전에 선발 출전했고, 10.안사리파드가 북한전에 선발로 나와 결승골을 터트렸다. 출전 횟수로만 놓고 보면 19.골라미의 출전이 유력하지만 북한전에서 골을 기록한 10.안사리파드가 한국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고트비 감독은 18.누리와 마찬가지로 북한전에서 경고를 받은 10.안사리파드를 UAE전에서 제외하며 카드 관리를 했다. UAE전에서 골을 터트렸던 21.압신은 퇴장으로 인해 출전이 불가능하다.

* 한국의 선발 라인업은 조별예선과 비교해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국내 언론들은 이정수의 파트너로 황재원을 예상하고 있다. 즉, 호주전과 똑같은 베스트11이 가동될 가능성이 높다. 조커는 인도전에 나선 손흥민의 출전이 유력하며 상황에 따라 염기훈과 최효진의 투입이 예상된다. 유병수에게도 기회가 올까?

포메이션 l 4-1-4-1

예상 선발 라인업 l 이란 vs 한국

이란의 포메이션은 4-1-4-1이다. 사실 정확한 구분을 하기가 애매하다. 모든 포메이션이 그렇지만 현대 축구에서 4-3-3과 4-5-1을 구분하기 힘들듯이 이란 역시 4-1-4-1 시스템이지만 공격과 수비시에는 4-3-3과 4-5-1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명확한 사실은 이란이 원톱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과 좌우 측면에 스피드와 개인기가 좋은 윙포워드를 배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란이 역습과 측면 공격에 강점을 나타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단 포백의 경우 4명 중 3명이 한 팀에서 활약하고 있을 만큼 조직력이 좋다. 실제로 조별예선 3경기에서 단 1실점에 그쳤다. 20.노스라티 보다는 11.하지사피가 자주 오버래핑에 나서는 편이다. 그러나 한국의 우측(이청용과 차두리)이 강한 만큼 한국전에 공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원에서는 6.네쿠남이 기본적으로 홀딩 역할을 맡고 있다.(그럼에도 자주 전방으로 올라가 공격 가담에 나서곤 한다) 때문에 한국의 공격형 미드필더 구자철과의 잦은 충돌이 예상된다. 그리고 23.모발리는 오른발 킥에 능하다. 이란에서 프리키커로 나서고 있으며 이라크와의 1차전에서 프리킥을 통해 역전골을 터트렸다. 18.누리는북한전에서 나타났듯이 기본적으로 중앙에 포진해 있지만 공격시 좌측면으로 빠지는 움직임을 보인다. 그리고 14.테이무리안은 EPL 출신답게 파워풀하면서도 정확한 패싱 능력을 갖췄다. 18.누리와 14.테이무리안의 플레이 스타일이 확연히 다른 만큼 확실한 대비가 요구된다.

* 조광래 감독은 이란전을 앞두고 가진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란은 파울이 너무 많다. 그것이 전술인 것 같다. 하지만 팬들이 원하는 축구는 아니다"며 이란의 더티 플레이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그렇다면 이란이 정말 의도적으로 파울을 많이 했을까? 이란은 조별예선에서 경기당 평균 20개에 가까운 파울을 기록했다. 특히 북한전에서는 무려 26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한국이(경기 내용상 파울이 적을 수밖에 없었던 인도전은 제외) 평균 16.5개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분명히 많은 수치다.

이란의 최전방 원톱이 골을 넣은 경기는 북한전이 유일하다. 즉 원톱의 경우 한국처럼 상대 센터백을 유인하거나 전방에서 볼을 지키는 포스트 플레이를 주로 펼치고 그 공간을 좌우 측면 미드필더(혹은 윙포워드)가 파고들며 상대를 공략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의 중앙 수비수들은 확실한 역할 분담을 통해 이란의 공간 침투를 적절히 차단해야 할 것이다.



득점 루트
l 측면과 역습

이란의 아시안컵 첫 골은 7.레자에이의 발끝에서 나왔다. 14.테이무리안이 박스 정면에서 상대 오프사이드를 무너트리는 절묘한 패스를 연결했고 7.레자에이가 상대 풀백 뒤로 파고들며 오른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이번 대회에서 이란이 기록한 6골 중 4골이 모두 측면에서부터 시작됐다. 특히 이란의 7.레자에이의 우측 돌파가 위협적이었다. 이라크전 동점골을 비롯해 UAE전 3골이 모두 레자에이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만들어졌다.

특히 중앙에서 볼을 잡았을 때 상대 좌측 풀백 뒤로 찔러주는 전진패스가 매우 날카롭다. 한국은 약체 인도전에서도 후반에 몇 차례 역습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이란의 장점이 역습과 측면에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의 좌우 풀백을 맡고 있는 차두리와 이영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공격도 중요하지만 무리한 오버래핑을 통해 측면을 내줄 경우 곧바로 실점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수비형 미드필더의 역할도 중요한데, 측면 수비를 무조건 풀백에게 맡길 수는 없다. 기성용과 이용래의 적절한 커버 플레이가 요구되는 이유다.

실점 장면 l 이라크전 복기

이라크전 실점 장면

이란의 유일한 실점은 이라크전이다. 이때 이란은 최전방 원톱을 제외하고 수비 진영에 상당한 많은 숫자의 선수가 배치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라크의 크로스에 의해 너무도 쉽게 실점을 허용했다. 당시 과정을 다시 복기(復碁)해보자.

이라크의 미드필더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자 당시 오른쪽 풀백을 맡고 있던 20.노스라티가 자리를 벗어나 안으로 이동했다. 그로인해 이란의 오른쪽에 많은 공간이 생겼고 볼을 이어받은 이라크의 선수는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은 채 자유롭게 크로스를 올렸다. 이때 이란의 풀백에 또 다시 오류가 발생했다. 왼쪽 풀백 11.하지사피가 볼에 시선이 빼앗기며 자신의 뒤로 쇄도하던 이라크 선수를 완벽하게 놓쳤고 그대로 실점을 허용했다.

이란의 이라크전 실점은 한국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란의 포백은 앞서 언급했듯이 조직력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그럼에도 좌우 풀백이 조금은 불안하다. 한국은 'EPL 듀오' 박지성과 이청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란의 약점을 파고들 필요가 있다. 이란은 이날 선제실점 이외에도 이라크의 빠른 측면 역습에 몇 차례 실점 위기를 맞기도 했다. 북한전도 마찬가지다. 무실점을 기록했지만 북한의 빠른 측면 플레이에 여러 차례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의 승리를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