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제드가 부상으로 교체된 전반 14분 이후 l 일본 vs 카타르

[피치액션 l 런던(영국) 안경남] 일본이 10명이 뛰는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개최국 카타르를 꺾고 4강 진출에 성공했다. 카타르와의 경기를 치르지 전까지 단 한 골도 성공시키지 못했던 카가와 신지는 혼자서 2골 1도움을 기록하며 일본의 역전 드라마를 이끌었다. 과연, 일본은 어떻게 10명으로 11명의 카타르를 이겼을까. 자케로니의 마법일까? 아니면 카가와의 원맨쇼 덕분일까?

선발 라인업 l 카가와 선발, 우치다 결장
일본의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은 4-2-3-1 시스템을 사용했다.(한국과 매우 유사하다) 시리아전에 퇴장 당했던 가와시마 골키퍼가 돌아왔고 경고 누적으로 출전이 불가능한 우치다 대신 이노하가 오른쪽 풀백으로 나섰다.

카타르의 브루노 메추 감독은 4-4-2 포메이션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베스트11의 경우 쿠웨이트전과 비교해 한 명의 변화가 있었다. 모하메드 카솔라가 대신 알 하마드가 오른쪽 풀백에 배치됐다.

전술 포인트① l 라인 업
양 팀 모두 최종 수비라인을 상당히 전진시키며 전방부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그로인해 경기 초반부터 중원 싸움이 매우 치열하게 전개됐는데, 출발은 카타르가 더 좋았다. 카타르 미드필더들은 다소 터프한 몸싸움을 통해 일본을 압박했고 전방에 배치된 투톱은 자주 후방으로 내려오며 하세베와 엔도가 볼을 쉽게 처리하지 못하도록 견제했다.

선제골을 터트린 쪽도 카타르였다. 전반 12분 세바스티안이 일본의 오프사이드 트랩을 무너트리고 골을 터트렸다. 일본이 수비라인을 전진시킨 상대에서 역습을 허용을 했고 수비수들간의 라인 유지가 되지 못하며 실점을 허용했다. 일본의 동점골은 그로부터 16분 후에 터졌다. 카타르는 선제골 이후 포백라인을 끌어내리며 역습에 중점을 두기 시작했는데 결과적으로 이것이 실점으로 이어졌다. 카가와와 혼다에게 볼이 연결될 당시 카타르의 압박이 부족했고 이때 우측에 있던 오카자기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완벽하게 무너트리며 카가와의 동점골을 만들었다.

전술 포인트② l 4백? 3백?
'스리백 신봉자' 자케로니 감독의 영향 때문일까. 이날 일본의 수비라인 4백과 3백을 넘나들며 자유롭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이날 일본의 수비라인은 지극히 일반적인 4백에 가까웠다. 그러나 좌우 풀백이 전진할 경우 순간적으로 3백으로 전환했는데, 특히 왼쪽 풀백 나가토모가 오버래핑에 나설 경우 우측의 이노하가 2명의 센터백과 균형을 맞추며 3백을 유지했다. 이는(비록 횟수는 많지 않았지만) 이노하가 전진했을 때 마찬가지였다.

후반전 l 요시다 퇴장, 10 vs 11

요시다가 퇴장 당한 후반 63분 이후 l 자케로니 감독은 4-2-3 시스템으로 변화를 줬다

메추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포메이션에 약간의 변화를 줬다. 전반에 세바스티안과 투톱으로 나섰던 유세프 아메드가 오른쪽 측면으로 이동했고 우측에 있던 하미드는 좌측으로 이동했다. 또한 엘 사예드를 빼고 파비오 세자르를 투입했다. 4-4-2에서 4-5-1(4-4-1-1)로 변화한 셈이다.

다소 팽팽했던 경기 균형이 무너지긴 후반 63분 요시다가 두 번째 경고를 받으며 퇴장 당한 이후다. 파비오가 프리킥을 시도했고 이것이 그대로 일본 골문으로 빨려 들어갔다. 가와시마의 어처구니없는 실수였다. 경기를 주도하던 일본은 순식간에 10명이 됐고 스코어도 1-2로 바뀌었다.

자케로니 감독은 곧바로 공격수 마에다를 빼고 중앙 수비수 이와마사를 투입하며 4-2-3 시스템으로 전환했다.(일부 언론에서는 일본이 10명이 되자 3백을(3-4-2)을 가동했다고 했는데 실제로 4백 라인에 변화는 전혀 없었다. 오히려 나가토모가 공격 가담을 자제하며 전반보다 더 4백에 가까웠다)

모든 것이 카타르에게 유리했지만 경기 흐름은 이상하게 진행됐다. 일본은 10명이 된 후에도 흔들림 없이 카타르의 공세를 막아냈고 카가와, 혼다, 오카자키를 앞세워 위협적인 공격을 전개했다. 카타르는 수적 우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메추 감독은 하미드를 다소 전진시킨 것을 제외하곤 공격 숫자를 늘리지 않았다. 즉, 일본이 수비를 하는데 있어 별다른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는 얘기다.

문제는 뒤지고 있던 일본에게 골이 필요했다는 점인데, 후반 70분 카가와가 그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재치 있는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를 따돌렸고 정확한 슈팅으로 동점을 만들며 분위기를 일본 쪽으로 가져오는데 성공했다. 89분에 터진 역전골도 매우 비슷한 위치에서 발생했다. 하세베가 환상적인 전진패스를 시도했고 카가와가 절묘하게 빠져 들며 드리블로 카타르 수비진을 벗겨냈다. 마지막에 걸리며 넘어졌지만 공격 가담에 나선 이노하가 밀어 넣으며 역전에 성공했다.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노하의 역전골이 터질 당시 일본 선수들이 상당히 적극적으로 공격가담에 나섰다는 점이다. 10명이 뛰는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나가토모와 이노하가 상대 진영 깊숙이 전진했고 결과적으로 골을 만들어냈다.

갈무리 l 일본의 투지
카타르에겐 분명 아쉬운 경기였다. 경기 초반 강한 압박을 통해 일본 수비진을 당황시켰지만 그로인해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또한 메추 감독은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했다. 그리고 좌우 풀백과 센터백 사이에 간격이 자주 벌어지며 카가와에게 결정적인 두 번의 돌파를 허용했다.

아마도 이번 대회에서 가장 재미있는 경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일본은 1-2로 뒤진 상황에서 10명으로 역전극을 만들어냈다. 더구나 상대는 개최국 프리미엄을 앞세운 카타르였다. 그럼에도 투지를 앞세워 경기를 뒤집었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