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라인업 l 이란 vs 한국

[피치액션 l 런던(영국) 안경남] 예상대로 쉽지 않은 승부였다. 정규시간 90분을 넘어 120분 혈투 끝에 승자가 가려졌다. 축구라는 스포츠는 결국 골이 터져야 이기는 경기다. 한국은 경기를 지배했지만 90분 동안 골을 성공시키지 못하며 연장전을 치러야 했다. 팽팽했던 승부를 균형을 깬 건 후반 막판 교체 투입된 윤빛가람이었다. 한 때 조광래호의 황태자라 불렸던 윤빛가람은 한국에게 부족했던 한방을 선보이며 한국을 4강으로 이끌었다.

선발 라인업 l 고트비의 맞춤 전술은?
한국의 베스트11은 호주전과 똑같았다. 4-2-3-1 시스템을 사용했고 곽태휘가 대신 황재원이 이정수와 호흡을 맞췄다.

조광래 감독이 이처럼 베스트11에 변화를 주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인적으로는 이번 대회를 준비하는 기간이 짧았던 만큼 조직력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선발 라인업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특히나 패스게임을 위해서라면) 물론 그로인해 매 경기 후반 체력저하라는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걱정할만한 수준은 아닌 듯하다.(그러나 조광래호가 결승진출 혹은 우승에 실패한다면 가장 먼저 지적받게 될 부분이 아닐까?)

압신 고트비 감독은 4-1-4-1 시스템을 사용했다. 안사리 파드가 원톱으로 출전했고 칼라트바리가 왼쪽 윙포워드로 나섰다. 중원에선 모발리가 빠지고 테이무리안과 누리가 포진했다. 포백은 변화 없이 그대로였다. 고트비 감독은 테이무리안과 누리의 활동량을 통해 압박의 강도를 높이려는 듯 했다. 그리고 좌측에는 쇼자에이 대신 칼라트바리를 투입했다. 아마도 쇼자에이 보다는 칼라트바리의 수비력이 더 좋다고 판단한 것 같다.(차두리의 오버래핑을 염두 해둔 듯하다)

전반전 l 유효슈팅 제로

이란은 경기 초반부터 상당히 높은 위치까지 올라와 압박을 시도했다.

전반 1분 박지성의 헛발질이 이날 경기의 특징을 그대로 보여준 장면이 아닌가 생각된다. 양 팀 모두 득점에 대한 의지는 높았지만 좀처럼 골이 터지지 않았다. 한국과 이란 모두 수비가 상당히 견고했다. 이란의 경우 한국 진영 깊숙이 전진하며 압박을 펼쳤고 한국은 미드필더와 포백 사이의 간격을 매우 타이트하게 유지하며 이란에게 공간을 내주지 않았다. 그로인해 전반에 나온 유효 슈팅은 제로였다.

"이란의 수비가 상당히 강하다. 특히 중앙으로 연결되는 패턴을 하기 어렵다. 어느 누구도 이란을 상대해 다득점을 하는 팀은 거의 보지 못했다. 슛 타이밍이나 슛 욕심이 부족한 부분이 전반에 득점을 못한 원인이었던 것 같다" - 조광래 감독 인터뷰 -

양 팀 통틀어 가장 위협적인 장면은 전반 27분 이란의 프리킥 장면이었다. 칼라트바리가 강하게 볼을 연결했고 이것이 지동원의 머리에 스치며 한국의 골문으로 향했으나 정성룡 골키퍼가 가까스로 쳐내며 위기를 면했다. 이란의 프리킥이 지동원을 거치며 공식적인 유효슈팅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이것을 제외하면 양 팀 모두 이렇다 할 찬스를 만들지 못한 셈이다.

맞대결 l 이영표 vs 레자에이
한국이 이란의 측면 공격을 완벽하게 봉쇄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이영표와 차두리에게 있다. 이란은 조별예선에서 기록한 7골 중 4골을 측면 돌파에 의해 기록했다. 특히 우측에 포진한 레자에이는 빠른 스피드와 개인기를 바탕으로 상대 풀백 뒤로 돌아가는 움직임이 뛰어났다. 그러나 이날 레자에이는 이영표와의 맞대결에서 거의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이영표는 레자에이를 강하게 압박하며 돌파할 수 있는 공간을 내주지 않았고 동시에 적극적인 오버래핑을 통해 레자에이의 발을 후방에 묶어 놓았다.

차두리의 플레이도 좋았다. 이전 경기와 비교해 공격가담의 횟수는 줄었지만 몇 차례 폭발적인 드리블 돌파를 선보이며 이란의 수비진을 흔들었다.(특히 전반 25분 차두리의 폭풍 드리블은 마치 없던 길을 만드는 것 같았다) 이란의 왼쪽 윙포워드로 출전한 칼라트바리는 차두리와의 피지컬 싸움에서 완패했고 스피드에서도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이란이 수비는 견고했지만 공격적인 측면에서 찬스를 만들지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주요 공격루트인 측면이 막히다보니 전방의 안사리파드가 고립됐고 그로인해 한국의 박스 안으로 진입하는데 애를 먹었다.

후반전 l 이란 풀백의 전진
고트비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노스라티를 빼고 헤이다리를 투입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1) 노스라티에 비해 헤이다리가 좀 더 공격적인 풀백임을 감안할 떄 측면 풀백의 공격 가담을 늘리겠다는 의도가 엿보였고, 2) 전반에 한국이 박지성-이용래-이영표로 이어지는 좌측라인에서 매우 위협적인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제로 이란은 좌우 풀백인 헤이다리와 하지사피가 상당히 전진하며 전반과는 달리 공격 빈도를 늘렸고 그로인해 한국은 전반보다 많은 위기를 맞이했다.

양 팀 모두 공격 빈도가 높아지면서 미드필더와 포백 사이의 간격이 조금씩 벌어졌고 전반보다 많은 찬스가 발생했다. 그러나 득점으로 연결되기는 모두 2% 부족했다. 한국의 경우 고집스럽다 싶을 정도로 박스 안으로 들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였고(슈팅 숫자가 부족했던 이유다) 이란도 끝까지 뚫리지 않는 측면 돌파를 시도했다.

한편, 이란은 후반 75분 안사리파드를 빼고 쇼자에이를 투입하며(대신 칼라트바리를 원톱으로 올렸다) 변화를 줬고 한국은 81분 체력이 떨어진 구자철 대신 윤빛가람을 투입했다.

연장전 l 윤빛가람의 결승골

윤빛가람 결승골 장면 l 박스 근처에 이란 선수들이 제법 많이 배치돼 있었지만 윤빛가람에 대한 견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윤빛가람이 빨랐던 것일까? 이란이 지쳤던 것일까?

연장전 승부는 양 팀이 후반 중반 이후 사용한 교체 카드에 의해 갈렸다. 연장전 경기 흐름은 후반전 막판과 비슷하게 진행됐고 그 차이를 만든 건 윤빛가람의 개인 능력이었다. 구자철을 대신해 공격형 미드필더로 투입된 윤빛가람은 연장 전반 종료직전 상대 박스 정면에서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굳게 닫혀있던 이란의 골망을 흔들었다.

시작은 이용래였다. 이용래가 중앙에서 볼을 낚아챘고 이를 이어받은 윤빛가람이 우측에서 안쪽으로 파고들며 왼발로 슈팅을 시도했다.(이때 차두리는 오버래핑을 통해 이란의 풀백을 유인했고 이청용은 박스 안으로 쇄도하며 네쿠남의 시선을 빼앗았다)

"구자철이 체력적으로 페이스가 떨어졌고 미들 플레이가 상당히 밀렸다. 수비 라인까지 많이 뚫리며 어려운 상황을 맞이했다. 미드필드 플레이를 장악하고 중원에서 잡기 위해 윤빛가람을 투입했다" - 조광래 감독 인터뷰 -

이란의 체력 저하도 한 몫 했다. 코트비 감독은 이때까지 2장의 카드를 사용했고 그것은 모두 측면(오른쪽 풀백과 왼쪽 윙포워드)이었다. 즉, 중앙의 네쿠남-테이무리안-누리 조합은 교체 없이 연장전까지 그대로 유지됐고(특히 전반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한 테이무리안과 누리의 경우 체력적인 소비가 더 심했다) 그로인해 후반 81분에 투입된 윤빛가람의 순간적인 돌파와 슈팅 타이밍을 따라잡지 못했다.

갈무리 l 숨은 MVP는 이용래
윤빛가람에게 일격을 얻어맞은 고트비 감독은 뒤늦게 골라미를 투입하며 공격 숫자를 늘렸지만 경기를 뒤집기에는 시간과 체력이 부족했다. 조광래 감독은 홍정호를 투입하며 변칙 스리백을 가동했고 염기훈을 통해 시간을 벌며 승리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날 양 팀 통틀어 가장 많이 뛴 선수는 14.69km를 기록한 이용래(MOM 선정)였다. 그는 수비시 기성용과 함께 1차 저지선 역할을 했고 공격시에는 박지성이 안으로 파고들 때 좌측으로 이동하며 크로스 혹은 슈팅을 시도했다. 또한 이영표가 오버래핑으로 올라갈 경우 풀백으로 이동해 순간적으로 그 자리를 메웠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란의 공격이 좌측면으로 몰리면 그쪽으로 이동해 지원 수비를 펼치기도 했다. 그야말로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제 한국은 '영원한 라이벌' 일본과 결승 티켓을 놓고 피할 수 없는 대결을 펼치게 됐다. 한국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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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07.27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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