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라인업 l 한국 vs 일본

[피치액션 l 런던(영국) 안경남] 아시안컵 결승 티켓을 놓고 펼친 한일전은 일본의 승리로 끝이 났다.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래저래 변명을 늘어놓을 필요도 없다. 패자에겐 늘 심판 판정이 가장 불만스럽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누가 더 나았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팽팽한 승부였다. 경기 주도권이 수시로 바뀌었고 연장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쉽사리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극적으로 살아난 한국은 마치 무엇인가에 홀린 듯 페널티킥을 모두 실축했고 결국 51년 만의 우승 꿈도 날아갔다.

선발 라인업 l 정면승부
한국과 일본 모두 깜짝 카드는 없었다. 조광래 감독은 조용형을 투입한 것을 제외하곤 이란전과 똑같은 베스트11을 가동했다. 지동원이 최전방에 배치됐고 구자철이 그 뒤를 받쳤다.

알베르토 자케로니 감독은 카타르전과 비교해 2포지션에 변화를 줬다. 우치다가 징계에서 풀리며 오른쪽 풀백으로 복귀했고 카타르전에서 퇴장 당한 요시다를 대신해 이와마사가 곤노와 함께 호흡을 맞췄다.

전반전 l 막상막하
시작은 일본이 좋았다. 전방부터 강한 압박을 시도했고 경기 템포도 빨랐다. 한국은 좀처럼 일본의 압박을 벗어나지 못했다. 패스는 자주 차단됐고 돌파도 시원치 못했다. 그리고 박지성은 전반 12분 만에 경고를 받았다. 이날 하세베는 박지성이 볼을 잡을 때마다 타이트하게 붙으며 공간을 사전에 차단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본 진영까지 접근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던 한국과 달리 일본은 나가토모의 오버래핑을 통해 몇 차례 위협적인 찬스를 만들어냈다. 전반 16분 골대를 맞고 나온 오카자키의 헤딩골이 대표적이다.(예상대로 오카자키는 우측에서 전방으로 자주 쇄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골은 한국이 먼저 기록했다. 21분 박지성이 돌파 과정에서 곤노에게 파울을 얻어냈고 한국에게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키커로 나선 기성용이 깔끔하게 마무리 지으며 한국이 1-0으로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이후 경기 주도권은 한국에게 넘어가는 듯 했으나 한 번의 실수로 인해 동점골을 허용했다. 35분 혼다가 오버래핑에 나선 나가토모에게 절묘한 전진패스를 연결했고, 나가토모의 패스를 받은 마에다가 방향을 바꾸며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두 가지가 문제였다. 1) 이날 한국은 선제골 이후 지나치게 수비라인을 끌어올렸다. 압박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서였는데, 순간적으로 혼다에 대한 압박이 느슨했고 그로인해 너무도 쉽게 전진패스를 허용했다. 2) 차두리의 높은 위치도 문제였다. 혼다가 우측으로 이동하자 기성용과 함께 차두리도 압박을 시도하기 위해 전진했지만 나가토모에게 공간을 내주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이외에도 차두리는 전반에 여러차례 나가토모의 오버래핑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가토모의 스피드도 빨랐지만 기본적으로 위치선정을 제대로 하지 못하며 너무 쉽게 크로스를 허용했다.

후반 87분-연장 97분 l 홍정호, 손흥민 투입 이후

후반전
l 홍정호 투입

후반전 시작도 일본이 좋았다. 카가와는 측면에서 중앙 혹은 후방으로 내려오며 나가토모가 전진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고 혼다는 좌우는 물론 전방까지 올라가며 공격을 진두지휘했다. 반면 구자철의 움직임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못했다. 활기 넘쳤던 조별예선과 달리 체력적으로 지쳐보였으며 그로인해 슈팅은 골문이 아닌 하늘로 향했다.

전반에 이어 후반에도 수비 불안이 계속해서 이어지자 조광래 감독은 후반 65분 공격수 지동원을 빼고 수비수 홍정호를 투입하며 수비라인을 강화했다. 흥미로운 교체였다. 보통 공격수 대신 수비수를 투입되는 경우는, 앞서고 있는 팀이 굳히기에 들어갈 때다. 그러나 당시 스코너어는 1-1이었다. 어쨌든 홍정호가 들어가며 포메이션도 조금은 달라졌다. 홍정호가 포백 바로 앞에 위치했고 기성용이 좀 더 전진했다. 그리고 지동원이 빠져나간 원톱은 구자철이 맡았다. 언 듯 보기에는 4-3-3처럼 보이기도 했고, 4-1-4-1(혹은 4-1-5-0의 진짜 제로톱)같기도 했다. 한편, 한국이 중원의 숫자를 늘리며 공격 빈도를 높이자 자케로니 감독도 카가와를 빼고 수비형 미드필더 호소가이를 투입하며 중원 숫자를 맞췄다.

홍정호가 투입되며 한국은 수비적으로 안정됐지만 지동원이 빠지며 공격은 다소 무뎌진 모습을 보였다. 조광래 감독은 박지성-구자철-이청용의 빠른 패스와 공간 돌파를 통해 다양한 공격 루트를 만들고자 하는 듯 보였으나 일찌감치 힘이 빠진 구자철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이후 조광래 감독은 이청용을 빼고 손흥민을 투입하며 공격 라인에 모자란 파워와 스피드를 더했으나, 개인적으로 동시에 구자철을 빼고 윤빛가람을 투입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연장전 l 황재원
다소 지루했던 후반전과 달리 연장전은 상당히 익사이팅한 경기가 진행됐다. 주인공은 황재원이었다. 연장 95분 황재원이 박스 근처에서 오카자키의 진로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페널티킥이 주어졌다. 파울 위치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어쨌든 한번 선언된 판정은 다시 번복되지 않았고 일본은 혼다가 실수하는 듯 했으나 호소가이가 재차 밀어 넣으며 역전에 성공했다.(박지성의 페널티킥 장면도 그랬지만 이날 주심은 박스 근처에서 일어난 차징 파울에 대해선 엄격한 판정을 내렸다: 심판을 잘봤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장 98분 이후 l 김신욱 투입 이후

이후 양 팀 감독들의 대처가 재미있다. 다급해진 조광래 감독은 조용형을 빼고(그 자리는 홍정호가 메웠다) 장신 공격수 김신욱을 투입했다. 스리백에 가까웠던 포메이션은 다시 포백으로 전환됐고 수비라인을 끌어올리며 상당히 공격적인 자세를 취했다. 이에 자케로니 감독은 원톱 마에다를 빼고 수비수 이노하를 투입하며 스리백을 가동했다. 굳히기에 들어간 자케로니 감독은 전방에 오카자키와 혼다만을 남겨 둔 채 전원 수비 형태를 유지했다.(역습시에는 나가토모가 오버래핑에 나서며 공격을 지원했다)


김신욱의 투입효과는 연장 종료 직전에 나왔다. 일본진영 우측에서 이영표가 파울을 얻어냈고 기성용이 마지막 프리킥을 시도했다. 김신욱이 헤딩으로 떨군 볼은 이영표와 손흥민을 거쳐 황재원에게 연결됐고, 황재원은 강력한 왼발 슈팅으로 극적인 동점골을 성공시켰다.

갈무리 l 승부차기의 중압감
그러나 기쁨은 오래가지 못했다. 혼다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는 너무도 쉽게 일본의 승리로 끝이 났다. 자신감이 넘쳤던 일본 선수들과 달리 한국 선수들은 볼을 차는 것조차 힘겨워 보일 정도로 킥에 대한 자신감이 결여된 모습이었다.(물론 일본 가와시마 골키퍼의 선방도 뛰어났다) 경기 후 선수들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이날 한국의 승부차기 순서는 '구자철-이용래-홍정호-손흥민-기성용'순이었다고 한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페널티킥을 꺼린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형님들이 동생들을 대신해 승부차기의 중압감을 대신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1. BlogIcon TISTORY
    2011.01.26 14:30

    안녕하세요, TISTORY입니다.



    티스토리 메인에서 '아시안컵 한일전'을 주제로 회원님의 글을 소개해드렸습니다.^^
    혹시 노출과 관련하여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tistoryeditor@hanmail.net 메일을 통해 말씀해주세요!


    앞으로도 재미있고 유익한 글로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 Favicon of http://mlifeylife.tistory.com BlogIcon 툴툴
    2011.01.27 20:38

    그날 주심이 패널티 에어리어 근처에서 엄격한 판정을 내렸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대목입니다. 주심은 그 날 박지성의 PK 이외에도 전반전에 비슷하거나 혹은 더 가혹한 장면이 연출됐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반칙을 불거나 카드를 주지 않았습니다. 또한 이청용의 슈팅 후 발을 노리고 스커드를 들고 들어간 태클 장면은 명백한 퇴장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옐로 카드를 주는 등 ( 이 판정또한 자기자신이 직접 본 것이 아니라 부심의 말을 듣고 프리킥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바로 불지 않고 시간이 지나고 분 것을 감안한다면요. -> 혹 어드벤테이지였을까요? ) 심판은 대체로 매끄러운 진행을 했지만 너무 무리해서 진행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가장 심판을 잘 본 심판은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이 나지 않는 심판이라고들 하는데.. 이번 심판은 머리에서 지워지질 않습니다. 아무튼 잘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크게 공감하는 바는 구자철선수와 윤빛가람 선수의 교체도 한번에 했다면 하는 아쉬움입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체력이 떨어진 선수들(이청용말고도 차두리, 이용래, 기성용 등) 이 많았기에. 어쩔수 없이 카드를 한 장 남겨둔 것으로 보입니다.

    • Favicon of https://pitch-action.tistory.com BlogIcon 피치액션
      2011.01.27 22:46 신고
      댓글 주소 수정 및 삭제

      엄격했다는 뜻이 판정을 잘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페널티킥이 주어진 두 장면을 볼 때 공격수가 볼을 향해 전진할 때 수비수가 몸을 이용해 막는 장면에 대해서 다소 엄격했다는 뜻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지성이 박스 왼쪽에서 넘어졌던 장면(일본 수비수가 발을 뻗는 것 같았지만 몸을 이용하는 차징처럼 보이지는 않기 때문에)과 이청용을 발을 노렸던 부분은 그대로 넘어갔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