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전 l 홍명보 감독은 아이티전과 비교해 변화를 줬다. 조동건이 원톱에 섰고 김보경이 그 뒤를 받쳤다. 또한 구자철이 중원으로 이동해 박종우와 함께 포진했다. 수비에선 곽태휘가 홍정호 대신 김영권과 짝을 이뤘고 윤석영이 왼쪽 수비수로 나섰다. 골문은 정성룡 골키퍼가 복귀했다.

 

[글 = 피치액션] 한국과 크로아티아와 경기는 전술적인 흥미로운 경기였다. 홍명보 감독은 부임 후 처음으로 스리백을 사용하는 팀을 만났고 어려운 경기를 펼쳤다. 이유는 간단했다. 원톱은 3명의 센터백에 고립됐고 측면 날개는 윙백과 센터백의 협력 수비에 고전했다. 또한 중원에서도 수적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여러모로, 한국에게 크로아티아전은 많은 교훈을 남긴 경기였다.

 

구자철의 제로톱 가능성이 재기됐지만, 홍명보 감독은 조동건 원톱으로 경기를 시작했다. 오히려 제로톱을 사용한 쪽은 크로아티아였다. 만주키치, 옐라비치, 올리치 등을 한국원정에 제외한 이고르 스티마치 감독은 페리시치를 원톱에 세웠는데, 페리치는 사실상 제로톱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였다. 크로아티아는 또한 스리백을 사용했다. 이 역시 시무니치, 촐루카의 결장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보통 스리백은 투톱을 사용하는 팀에 효과적이다.상대가 원톱일 경우 3명이 1명을 상대는 비효율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이는 중원에서의 숫자부족으로 이어지곤 한다. 스티마치 감독은 이것을 페리시치의 중원 가담으로 해결했다. 한국이 원톱을 사용하고도 크로아티아에 고전한 이유다.

 

4-2-3-1 포메이션 l 김보경이 다소 자유로운 롤을 맡았지만 전체적인 틀은 4-2-3-1이었다. 이청용이 측면으로 넓게 포진한 반면 손흥민은 좀 더 중앙으로 치우친 모습을 보였다. 김보경은 카디프시티에서와 거의 비슷한 역할을 맡았는데, 그 때문인지 좌우 손흥민, 이청용과의 포지션 체인지는 거의 없었다. 그로인해 대부분의 공격은 크로아티아의 수비에 읽히거나 사전에 차단됐다. 또한 구자철은 공격과 수비 사이에서 방황했다.

 

크로아티아 제로톱 l 전통 스트라이커 없이 한국 원정을 온 크로아티아는 주포지션이 측면 날개인 페리시치를 중심으로한 스리톱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크로아티아 포메이션은 3-4-3 또는 3-4-1-2처럼 보였다. 특히 페리시치는 전방에 머물지 않고 후방의 미드필더 지역 또는 측면으로(주로 좌측)으로 자주 이동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곽태휘와 김영권의 경우 큰 위험없이 전반을 마쳤는데, 이는 직접적으로 부딪힌 공격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둘은 비교적 볼을 자유롭게 소유했고 수비시에도 육체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압박 l 크로아티아는 전체적인 수비라인을 올리고 전방부터 한국을 압박했다. 이에 한국은 쉽게 전진을 하지 못했다. 좌우 풀백은 윙포워드의 압박을 받았고 측면 날개는 윙백의 견제에 시달렸다. 중원에선 2 vs 2 또는 3 vs 3의 싸움이 진행됐고 전방에선 원톱 조동건이 3명의 센터백에 고립됐다. 한국이 전반전에 고전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구자철 l 홍명보 감독은 김보경을 공격형 미드필더로 올리고, 구자철을 박종우와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웠다. 올 시즌 볼프스부르크서 맡고 있는 역할이다. 그러나 이날 구자철의 컨디션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전반에만 2~3차례 볼을 빼앗겼는데 이 중 2개가 실점으로 이어질 뻔 했다. 구자철은 경기 후 "공격형 미드필더가 더 편하다"며 수비적인 역할에 부담을 느꼈다고 했다.(실제로 볼프스부르크에선 구스타보의 지원 아래 좀 더 전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스리백 l 크로아티아는 스리백을 들고 나왔다. 로브렌이 중앙에 섰고 비다, 부브니치가 좌우에서 짝을 이뤘다. 이는 수비진형에서 크로아티아의 수적 우위로 이어졌다. 조동건은 3명의 센터백을 상대로 고전했고, 김보경이 전진해도 2 vs 3의 상황이 됐다. 손흥민과 이청용이 가세해도 마찬가지였다. 좌우 윙백이 내려와 5백이 되어 한국은 빈공간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김보경 l 크로아티아가 스리백을 썼지만 공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3명의 센터백과 2명의 중앙 미드필더 사이에 틈이 생겼지만 한국은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위의 장면에서도 이용은 김보경에게 순간적으로 공간이 생겼음에도 후방으로 볼을 돌려 공격의 흐름을 이어가지 못했다. 좀 더 과감하고, 창의적인 공격전개가 요구되는 부분이다. 

 

후반전 l 하프타임에 홍명보 감독은 조동건을 빼고 한국영을 투입하며 변화를 줬다. 구자철이 최전방으로 전진했고 한국영이 박종우와 더블 볼란치를 구성했다. 김보경도 전반과 비교해 좀 더 높은 위치까지 올라갔다. 홍명보 감독은 전체적인 라인을 끌어올려 전방으로부터의 압박 강도를 높였고, 이를 바탕으로 후반에 경기를 주도할 수 있었다. 물론 크로아티아의 체력 저하도 한 몫을 했다. 전반에 적극적인 압박을 시도했던 크로아티아는 후반에는 의도적으로 압박을 줄이고, 템포를 늦췄다.

 

구자철 제로톱? l 구자철이 최전방으로 올라온 뒤 한국은 경기의 주도권을 쥐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자철의 전진이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진 못했다.  그보다는 앞서 언급한 요인들이 경기흐름을 바꿨다고 보는 것이 옳다.

 

손흥민+이청용 l 한국이 주도권을 쥐면서 손흥민도 살아났다. 전반에는 크로아티아의 압박에 막혀 공간을 찾는데 애를 먹었지만 후반에는 상대의 압박이 느슨해지면서 수비 뒤로 뛸 수 있는 공간이 많아졌다. 반대쪽의 이청용도 마찬가지였다. 이청용은 전반보다 쉽게 박스 안으로 침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둘 다 마침표를 찍는데 실패했다. 손흥민은 측면을 뚫었지만 쇄도하는 동료들의 속도가 늦거나, 위치 선정이 좋지 못했다. 이청용은 다 좋았는데, 결정력이 부족했다. 

 

0-1 l 첫 실점 장면이다. 한국은 맨투맨 수비에서 상대를 완전히 놓쳤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윤석영은 상대를 쫓다 멈췄다. 오프사이드라고 판단한 것일까? 곽태휘의 위치 선정도 애매했다. 심지어 박종우는 스스로 심판인냥 손을 들고 크로아티아의 오프사이드를 어필하고 있다.  대표팀 감독 시절 세트피스 수비에 애를 먹었던 최강희 감독은 "잦은 수비 변화는 혼란을 가져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그 역시 이를 알고도 변화를 줄 수 밖에 없었지만) 이는 홍명보 감독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0-2 l 두 번째 실점 장면이다. 너무 쉽게 크로스를 허용한 것도 문제지만, 페널티박스 안에서 상대를 놓친 것이 더 컸다. 곽태휘와 김영권 모두 볼에 시선이 빼앗기면서 쇄도하는 칼리니치를 자유롭게 놔줬다. 윤석영이 뒤늦게 몸을 날렸지만, 말 그래도 이미 늦은 상태였다.